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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아있는 황궁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현대 인간삶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생각보다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었다. 오늘은 아파트로 대변되는 현실의 아이러니한 삶의 모습을 풍자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정보 및 감독 의도, 줄거리, 리뷰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정보 및 감독 의도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은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이야기를 있을법한 이야기로 연출하려 노력하였다. 엄태화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회에서 인간의 혐오, 사회 시스템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영화의 캐릭터 설정이나 대사, 묘사된 분쟁이나 갈등 등의 상황들도 억지스럽거나 과도한 설정을 지양했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캐릭터를 설정할 때도 나타나는데 캐릭터를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날 법한 느낌으로 섭외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지진의 실제와 같은 아파트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아파트 세트장을 실제 3층 높이까지 제작했다. 자연광이 들어오지 못하게 아파트 외곽에는 골조를 쌓아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거대한 천을 둘러 자연광을 차단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빛을 확보하거나 CG작업에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사실적인 연출을 하려고 한 것은 영화의 몰입과 공감을 위해서다. 영화는 김숭늉의 '유쾌한 왕따 2부'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많은 아포칼립스 영화들이 존재하지만, 메인 무대가 아파트라는 점에서 얘기할 거리가 많아질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박혜천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우리나라 60% 이상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정말 유토피아라는 반문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수십억을 호가하고 있고 아파트를 사지 못하면 패배하는 인간처럼 비치는 우리의 삶이 정상적인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줄거리
대지진 이후 모든게 무너지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황궁 아파트. 황궁아파트 주민들은 외부의 생존자들이 아파트로 몰려들어 자신들의 생존에도 위협을 느끼게 된다. 외부인과의 불화로 흉흉해진 분위기 속에 1층에 불이 난다. 이를 본 영탁(이병헌)은 사력을 다하여 불을 끄고 아파트를 구해낸다. 이어진 주민회의에서 '외부인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영탁은 입주민의 만장일치로 주민대표로 뽑힌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외부인은 내보내기로 결정된다. 외부인을 내쫓고 영탁과 주민들은 이 재앙에서 살아나기 위해 서로 규칙을 정하고 협력한다. 바깥은 지옥과 다름없지만 황궁아파트는 그들만의 규칙으로 안전하고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이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황궁 아파트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철저히 외부인을 통제하고 있는 그 상황에서 도균만은 외부인을 자신의 집에 몰래 숨겨준다. 그리고 외부에서 살아남은 황궁아파트 주민 혜원이 아파트로 돌아온다. 주민 중 몇몇은 식료품 배급에 불만을 품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외부로 식량을 채집하러 나갔던 방범 대원은 습격을 당하고 그 과정에서 부녀회장의 아들이 죽게 된다. 점점 독재자가 되어가던 영탁의 비밀도 혜원에 의해 밝혀진다. 그리고 배급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외부인들을 황궁 아파트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황궁 아파트주민과 외부인들은 전쟁을 하게 된다.
리뷰
영화를 보기 전 재난영화로서 현실과의 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니 괴리 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현재는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영화에서 봤음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그렇고, 지난해 튀르키예 대지진이 그렇다. 우리는 해일이나 지진에 의해, 또한 다른 자연재해에 의해 영화와 같은 대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에 시작하는 과정은 유머와 나름의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점점 위기감으로 몰입되는 서사적 흐름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빠져들게 했다. 특별히 이병헌의 연기는 놀라웠다. 이병헌은 어떤 배역이든 그만의 매력을 더해 기존의 역할을 더 빛나게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황금아파트가 복도형의 저가 아파트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대재앙 이후 계급과 지위는 완전히 무너졌다. 개인적으로 '환경파괴'이라는 대재앙 앞에서 인류는 멸망할 수도 있고 그 앞에서는 부나 지위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지진이나 해일 등의 자연재해는 우리가 자연에게 했던 그대로의 대가를 자연이 인간에게 되돌려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인간존립의 대전제 앞에서 더 이상 인간의 편의나 명예, 지위를 위한 환경오염의 가능성은 조금도 허용하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