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헤어질 결심> 앓이' 신드롬을 만들어 내었다. 나 역시 한동안 이 영화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늘은 아름다운 주인공 해준과 서래, 그들의 명대사, 여러 가지 암시들로 개인적으로 평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정보 및 감독, 줄거리, 리뷰에 대해 나눠보겠다.
정보 및 감독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화제의 작품으로 떠올랐다. 박찬욱 감독은 1963년 생으로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철학을 전공한 만큼 그의 영화에는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돋보인다. 박찬욱 감독은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했다. 데뷔작은 흥행과 평가 모두에서 실패하였으나 이후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3년 개봉한 <올드보이>로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섰다. 칸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이고 심사위원대상은 황금종려상 다음으로 큰 상이므로 한국 영화역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본래부터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다. 초반 영화감독으로서 부진했던 시기에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며 영화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한 박찬욱 감독은 2016년 개봉한 영화 <아가씨>로 국내로 복귀했고 <아가씨> 역시 화제를 모았다. <아가씨>가 사랑에 대해 브레이크 없이 거침없이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헤어질 결심>은 미로와도 같이 알 수 없는 길을 찾아가며 의미를 곱씹고 곱씹어야 할 수 있는 섬세한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박해일은 중년의 나이임에도 놀라울 정도로 소년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었고 그 신비로운 이미지가 깊이 있는 연기력과 어우러져 엄청난 매력을 발산했다. 또한 상대 여배우 탕웨이는 깊고도 풍성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며 두 배우의 사랑 연기는 절절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줄거리
장해준(박해일)은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 경찰이다. 그는 해결하지 못한 살인사건을 쫒고 있고 이로 인해 불면증을 겪고 있다. 그의 아내 안정안(이정현)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한다. 정안에게 중요한 것은 정해진 법칙대로 원자력 발전소가 돌아가는 것이고 부부간의 관계에서도 그녀만의 법칙대로 돌아가야만 한다. 해준은 그런 정안의 요구대로 모든 것을 맞추어 준다.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범생처럼. 서로 간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의 해준과 정안의 관계는 뭔가 부자연스럽고 경직되어 보인다. 그런 해준 앞에 송서래(탕웨이)가 나타난다. 서래는 남편을 살해한 용의 선상에 올라있다. 서래는 중국인이라 한국말이 서툴다. 해준은 용의자인 탕웨이를 수사하기 위해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둘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서래는 자신을 사랑하는 해준을 이용해 사건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서래는 해준의 불면증이 미해결 살인사건을 매일 보는 것 때문일 것이라며 그 사진들을 모두 태워버리며 자신의 사진도 함께 태워버린다. 결국 서래는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며 둘은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해준은 서래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서래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별을 통보하며 자신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해준의 사랑이 끝난 곳에서 서래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서래는 새로운 사건의 용의자로 해준을 찾아온다.
리뷰
<헤어질 결심>은 근래에 본 사랑 영화, 아니 모든 영화 중에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명작이었다. 내가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에 빠져있음을 물론이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정말 <헤어질 결심>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가 오랫동안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역시 박찬욱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력에서 비롯되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곳곳마다 의미와 복선을 심어 놓았고 그것을 추리하며 영화를 보는 것은 커다란 재미를 선사하며 그만큼 영화에 몰입하게 했다.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이고 사랑의 시작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영화에서 해준이 서래를 관찰하는 시선은 단순히 용의자를 관찰하는 시선이 아니었다. 그 시선은 사랑의 표현이었고 그것을 표현한 박해일의 섬세한 연기는 바라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게 하였다. 해준은 엘리트 형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고 그 자부심은 서래에게 품위 있는 형사로 비춰졌다. 해준은 서래를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찰으로서의 자부심마저 포기한 채 서래를 풀어줬다. 그렇게 서래에 대한 사랑은 해준을 붕괴하게 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을 잃을 것을 감수하고 그 사람을 지켜내는 것. 영화적 요소가 다분한 모습이지만 관객은 이런 사랑을 기대했을 것이다. 서래가 자신을 유일하게 사랑해 준 해준을 위해 마지막에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장면에서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사랑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인물의 대사 하나, 소품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끝까지 긴장하고 생각하게 하는 <헤어질 결심>은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